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열사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마지막 메세지를 편지로 남기고 노동법을 준수하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다음은 그 유서의 전문이다.


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유서는 어느새 편지에서 시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이 문장을 어느날 우연히보고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틈날때마다 문득문득 생각이 났고, 어느 순간 이 문장은 나에게 노래가 되었다.